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은 지금까지 한 번도 트레이드와 연관된 적이 없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코리안 빅리거 1호' 박찬호는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인 2005년 7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됐다. 당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샌디에이고는 베테랑 선발이 필요했던 상황. 박찬호는 샌디에이고로 옮겨 10경기에서 4승3패, 평균자책점 5.91을 올렸다. 샌디에이고는 그해 지구우승을 차지했고, 박찬호는 12승을 따내며 그의 빅리그 마지막 두 자릿수 승수를 남기게 된다.

당시 트레이드 거부권을 갖고 있던 박찬호는 "샌디에이고는 한인들이 많고 지구 1위를 달리고 있어 트레이드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샌디에이고 브루스 보치 감독도 "찬호를 예전부터 봐왔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반겼다.

트레이드라는 게 그렇다. 버림받은 섭섭함, 선택받은 기대감이 공존한다. 박찬호의 경우 선택을 받은 것이니 기대감이 컸을 것이다.

박찬호 이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한국인 선수는 총 25명이다. 그 가운데 박찬호처럼 트레이드 경력자는 13명. 김병현(3번) 김선우 서재응 최희섭 추신수(이상 2번) 등 메이저리그를 꽤 주름잡았던 선수들 뿐만 아니라 오승환 김현수 등 KBO리그 출신들도 트레이드를 경험했다.

나머지 12명은 대부분 빅리그 경력이 2시즌도 안돼 트레이드를 거론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빅리그 3시즌 이상 활약한 한국 선수 중 두 명은 한 번도 트레이드된 적이 없다. 류현진과 강정호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2년간 잘 나가던 강정호는 음주운전 재판 후 메이저리그에서도 외면받아 트레이드에 관련될 일이 없었다.

결국 류현진이 커리어 내내 트레이드에 휩싸이지 않은 사실상 유일한 코리안 빅리거라는 얘기다. 2006년 한화 이글스 입단 이후 지금까지 그렇다.

류현진이 팀을 옮긴 건 두 번이다. 2013년 LA 다저스에 입단할 때, 그리고 2019년 12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FA 계약할 때였다. 두 번 모두 기량을 인정받아 스카우트된 케이스다. 그는 한화 시절에도 트레이드 소문조차 없었다.

다저스와 6년 계약을 한 류현진은 첫 두 시즌 연속 14승을 거두며 간판 선발투수로 자리잡았다. 2015년에는 어깨 수술을 받아 2016년까지 쉰 류현진은 이후에도 부상 때문에 트레이드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 2018년 후반기 복귀해 1점대 평균자책점을 올리며 주목을 받은 그는 2019년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의 뛰어난 성적을 앞세워 FA 시장에 뛰쳐 나가 토론토와 대형 계약을 맺는다.

토론토는 우승 프로젝트 첫 번째 작품인 류현진이 작년 시즌 후반에 부족했지만, 남은 2년간 1선발 피칭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가 잘하든 못하든 토론토가 올해와 내년 류현진을 트레이드할 가능성은 없다.

토론토 매체 제이스 저널은 9일(한국시각) '2015년 말 부임한 마크 샤피로 사장과 로스 앳킨스 단장은 리빌딩을 거쳐 류현진, 조지 스프링어 등 FA들과 구단 역사에 남을 큰 계약을 했고, 젊은 타자들을 키워 주전들로 내세우며 앞으로 2~3시즌은 플레이오프를 다툴 팀으로 변모시켰다'고 전했다. 류현진의 위상을 증명해주고 있다. 게다가 류현진은 매년 8팀을 상대로 트레이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2년 뒤 류현진은 다시 FA가 된다. 메이저리그에 남거나 한화로 돌아오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한데, 어느 경우든 계약 후 트레이드가 따라붙을 공산은 희박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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